2009년에도 없잖아 그런 현상이 있었습니다만, 2010년 들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됴용 (이후 ‘조용’으로 표기)해진다는 겁니다. 시장을 가봐도 마트엘 가봐도, 길거리에서나 직장에서나 -전 직장은 없습니다만, 유추하거나 주변의 이야기를 토대로 판단컨대 -조용한 것입니다. 이진법 세계인 인터넷 속의 공간도 마찬가집니다. 떠들썩함이나 신바람이 없거나, 있더라도 뭔가 공허하지요. 몇 년 전 만해도 언어는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혹은 언어에도 힘이 있다고 (최소한) 잠재의식 속에서라도 생각했지만 요즘의 언어들 -내가 뱉거나 남이 토하거나 -은 힘도 의미도 약해졌습니다. 언어란 것이 개인이나 집단의 사고의 표출이거나 감정의 표현이거나 섞여 있거나 뭐 그럴진대, 그것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왜 그럴까요. 화자가 아닌 청자의 처지도 같습니다. 우린 어차피 화자이기도 하고 청자이기도 하니까요. 거기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1.현실도피의 꿈과 현실의 제약
안식년을 지내시는 잡님을 부러워합니다(부러워하면 진 거다 ->네, 벌써부터 졌슴미다ㅠㅠ). 먼 옛날의 아메리카 인디안이나 폴리네시안 혹은 mbc 다큐에서 보는 아마존 사람들의 삶을 동경합니다. 하지만 이건히처럼 전라도 섬을 통째로 산다 하더라도 이루기 힘듭니다. 언어(좁게는 게시판 글쓰기)라는 것이 ‘꿈의 표현’일 수도 있을텐데 ‘현실의 제약’이 너무 강력하다면 그 언어가 표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희망’이나 ‘소망’이 줄어드는 것, 마찬가지. 매일 악몽만 꾸는 사람에게 희망을 얘기한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표현의 자유'까지 꺼낼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
2.듣지도 안하는 말을 왜하냐
듣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이란 것이 생기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구름재님이 손목을 다쳐도 그냥 무심코 넘어갑니다. 지구의 다른 곳에서 억울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내 새끼손가락의 긁힌 상처가 더 아픈 법이니까요. 아 물론 구름재님의 그 글을 보았다면 저도 함께 아파했겠지만, 저는 그 글을 그냥 지나쳤어요. 왜 지나쳤을까를 반성합니다. 반성하면 좀 달라질랑가요.
3.상식을 거부하는 권력자 시대에 필연적인 현상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모두>는 정치성이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지요. 전 우리모두의 모토 일부분이 ‘상식의 회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연주나 김정헌의 경우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지만, 존경하고 흠모할 상황입니다. 말(언어)이 없어진 세상은 얼마나 어두운 세상입니까. 얼마 전, 인터넷을 돌다가 김학찬님이나 해란강님의 글에서 그들이 겪은 ‘필화’사건을 접했을 때 참으로 황당하더군요. 상식이 거부되는 시대상황입니다. 도대체 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나만이 상식이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부되는 상황 자체가 상식에서 어긋나는 것이지요.
4. 늙으면서 생기는 현상
‘나서지 말자. 중간에 서자. 참자. 빠지자. 쓸까 말까, 그냥 말자’
갱년기 혹은 노년기의 현상입니다. 아까의 ‘고정관념’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두루뭉실해지고 자기합리화를 꾀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떤 인생이라도 그 끝은 ‘자기합리화’의 완성이겠지요. 일단 여기 모인 사람들 중 어떤 이가 침묵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정신연령이나 신체연령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늙었다는 겁니다 -정신연령이 높다고 그 인간의 완성도가 높다는 건 아닙니다.
개인의 정신적인 침잠은 물질계나 육계가 조용해지는 이유 중 하납니다. 꼭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발작적으로 우울하기 전에, 병적으로 침묵하기 전에 상식이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치유적 효과로써의 글쓰기가 부단없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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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 모인 사람들 중 어떤 이가 침묵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정신연령이나 신체연령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늙었다는 겁니다."
2010/02/10 18:27 [ ADDR : EDIT/ DEL : REPLY ]그래! 늘거따 어쩔래? 늘거서 암 생각도 안 나는데 먼 말을 하남? 글고 말을 한들 누가 들어주기라도 하냐? 어차피 독백에 자니지않을 것을 혼자 삭히지 머하러 남의 귀까지 성가시게 하리?
글고 다른 건 다 말이 되지만 이건 니가 아직 안늘거서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나이가 들수록 두루뭉실해지고 자기합리화를 꾀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자기합리화'는 늘그나 젊으나 다 하는 짓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두루뭉실해지는 건 아니여. 대부분의 중생은 늘그면 더 모가 나. 늘거서 말이 조심스러워지는 건 그 모난 곳이 상처받을까 두려워서이지 별 거 아니라고 봐.
암튼 난 벨로 할 말도 엄꼬 쓸 글도 엄쓰이 걍 내삐 둬. 말이고 글이고 간에 남는 것은 결국 부끄러움 뿐이니......
내면적인 수양에 이르면 두루뭉실해지지만, 외면적으로는 아집이 세진다는 표현이지요. '자기합리화'의 양면이랄까.
2010/02/11 09:07 [ ADDR : EDIT/ DEL ]난 졸리운님 팬인데..
2010/02/11 12:06 [ ADDR : EDIT/ DEL ]구구절절이 다 맞는 말이네염.
2010/02/10 18:59 [ ADDR : EDIT/ DEL : REPLY ]구름재님 댓글에 하루가 즐거울 듯....ㅋㅋㅋ
2010/02/11 09:08 [ ADDR : EDIT/ DEL ]요즘 들어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자'는 말에 꽤나 많은 로직이 꼬여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어르신 언행에 문제가 있을 때 지적하려니 후환이 두려워 '사소한 것에...'라고 자기 위한하는 방어기제인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하여튼 웬간한 불이익을 초래할 만한 상황이 되면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당췌 그 '사소한' 정도에 대한 치열함은 찾기 어려워서, 지레 포기한 상태라는 것이지요. 김수영 시인의 '나는 왜 작은 것에 분노하는가'를 다시 디벼봐야겠습니다.
2010/02/11 01:40 [ ADDR : EDIT/ DEL : REPLY ]'분노'라...... 생경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런지요.
2010/02/11 09:11 [ ADDR : EDIT/ DEL ]부러버할꺼 엄써...고려장 내보내기 전에 쌀밥에 고깃국물 먹여주는거나 마찬가지니께...ㅠㅠ
2010/02/11 01:53 [ ADDR : EDIT/ DEL : REPLY ]근데 돌아갈날 다되가니 우예알고 골치아픈일이 쪼로록 생기냐...구신이 곡할노릇이군 =_=
ㅋ. 험난한 세상에로의 귀환을 추카함미다. 그래도 성님 찍은 밤하늘은 내 눈에, 가슴에 쨍하게 남네요.
2010/02/11 09:17 [ ADDR : EDIT/ DEL ]골치아픈 일이 봉하행하고는 암 상관업는 일이게쪄?
2010/02/11 11:13 [ ADDR : EDIT/ DEL ]올디/ 호...올디의 감수성은 정말 예측을 거부한다닌깐...@@a;;;
2010/02/13 11:00 [ ADDR : EDIT/ DEL ]방장님/ 서 설마 주말까정 그렇겟슴까..필참임닷 +_+;;;
뭐 올디형님의 말씀에도 졸리운형님의 말씀에도 많은 공감을 합니다. 근데 두 분이 간과하신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사람이 슬럼프에 빠져도 뒷짐지고 조용해지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잠수중인 우리 사랑하는 빈대님이나 몇몇 분들 그리고 저도 포함해서.. 어쩌면 지금 조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지 모릅니다^^
2010/02/18 08:4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