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2010.01.03 00:46


토롱라 정상에서 모두들 추위를 잊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눈 마냥  눈 속에 뒹굴기도 하고 떼거리로 누워 사진도 찍는다. 이 곳에 오르기까지 곳곳에서 만났던 다른 팀과 사진찍는 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행사인냥 짝 짓기로 분주하다.  토롱라에 쌓인 눈이 없었다면 우리의 감동은 반감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눈은 가끔 우리를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한다. 하물며 토롱라에서 만난 눈이라니. 각 팀 마다 준비해 온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흡사 에베레스트 정상에라도 오른 원정대의 모습이다. 하긴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높이인 5416m에 올랐으니 왜 안 그렇겠나. 모두들 이 세상을 살면서 이 만큼의 감동과 성취감을 가져본 적이 얼마나 있었으랴. 그나저나 피상 윗길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진 프랑스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보다 쳐졌을까 앞서 갔을까. 혹시 이곳에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보이지 않아 아쉽다. 밧데리 다 된 카메라 대신 눈과 마음 속에 토롱라의 모든 풍경을 놓치지 않고 한장 한장 사진 찍듯이 새겨 넣는다.  누군가 눈밭에 스틱으로 써 놓은 'see you again'. 나도 이 세상 끝나기 전 꼭 한번 다시 오마. 안녕.....
바람이 불기 전 이곳 토롱라를 벗어나야 하므로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토롱라와 작별하고 하산을 서두른다.히말라야는 발 길 닿는 곳 마다 달라지는 풍경으로 우리를 놀라게하기 예사지만 토롱라를 뒤로 하고 하산 길로 들어선 순간 우리는 또 한번 탄성을 내 지르고 만다. 첫날 산에 들어선 순간부터 토롱라까지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면이 눈 앞에 사막처럼 펼쳐진다. 우린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섰다. 광활하다고 표현해야겠다. 풀 한포기 없이 거칠고 황량한 이 돌 사막을.... 안나푸르나를 그리던 화가가 또 한번 바뀌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화가로..........

사진이 없어 http://cafe.naver.com/trekking.cafe의 백두산님 카페에서 가져왔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리라

오늘 우리가 도착할 곳은 묵티나트. 5416m에서 3760m까지 1600m를 내려가야 한다.끝이 보이지 않는 급 경사 길이다. 토롱라에 오르기까지 한번도 없었던 고산증이 오히려 하산길에 나타난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스틱 하나에 의지해 엎어질 듯 경사길을 내려오려니 등산화에 맞닿는 엄지 발톱이 빠질듯이 아프고 발가락에 물집도 잡혔다. 완충없이 바닥에 닿는 충격으로 무릎도 아파오고...급격한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몸이 곳곳에서 탈이 나기 시작했다. 자빠진 김에 쉬어가기도 몇 차례. 간간이 말을 타고 우리를 지나쳐 앞서가는 트레커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다가 이렇게 걷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해지기도 하다가..3시간 가량 내려가다 만난 숍.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가 바로 이것이리라. 뜻밖에도 주인 아저씨가 한국말을 한다. 의정부에서 1년간 이주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한다. 가끔 네팔에서 이런 분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복잡해 진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아저씨는 한국에서 벌어 온 돈으로 숍도 차려 한국의 기억이 나쁘지만은 않다하니 참 다행이다.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는 한국은 이들에게는 기회의 땅인가 보다. 갑자기 영식이 아버지가 생각나네...나 국민학교 다닐 때 미국으로 돈 벌러 갔던 앞 집 영식이네 아버지. 코 찔찔이 영식이의 유일한 자랑은 "우리 아버지 미국갔다"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막 노동꾼으로 가셨던 것 같은데 미국에서 돌아오시던 날 동네 사람들이 몰려가 영식이 아버지가 가져온 미제 물건들을 구경하며 모두들 부러워 했었다. 커피, 쵸콜렛도 있었던 것 같고...그때 영식이네는 아버지가 미국서 벌어 온 돈으로 집을 샀던가 말았던가...
이제 다 왔다.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백두산님 까페에서 가져 온 사진

묵티나트는 유명한 사원이 있어 인도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아 규모가 꽤 큰 곳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갖가지 기념품을 파는 좌판이 이어져 깔려있다. 나중에 포카라 숙소에서 일하는 예쁜 소녀에게 주게 된 목걸이 하나를 샀다. 내가 물건을 고르는 동안 앞서 간 일행들이 '밥말리 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밥 말리는 자메이카의 가수 이름으로 호텔 주인이 밥 말리를 좋아해 지은 이름이라니 죽어 이렇게 이름을 남기기도 한다.
백두산님도 밥말리 호텔에서 묵으셨단다

토롱라->묵티나트 (10시간)




 

Posted by 사랑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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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잠머

    고개전에는 길가에 나무가 많더니, 넘으니까 좀 낯익은 풍경이네요.
    5500을 고소증없이 넘으시다니..대단하심다~~ +_+/

    2010.01.03 15: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콩이

    잠님 사무실 돌아가시면 콩이발 먼가 도착해 있을거심미다. 잠님 챙겨드리는 사람 저 말고는 암두 없을껴^^
    잠님이 가셨던 코스는 어디였어요? 나중에 같이 라운딩 같이 한번 하실까요?^^

    2010.01.03 16: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잠머

      지는 에버레스트BC 코스엿슴다. 같은길 왕복하는거쥐여. 맛들인 동료들은 재작년에 또 안나푸르나를 갓다왓는데 지는 몬갓지염 ㅠㅠ
      철녀 콩이님이 대장하시믄 안심놓고 딱가리로 따라가믄 좋겟네여.ㅋㅋㅋ :D

      2010.01.04 08:38 신고 [ ADDR : EDIT/ DEL ]
  3. 향미..

    오를때와 내려갈때의 풍경이 또 이렇게 다르네요~

    2010.01.03 21: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졸리운

    눈은 참 잘 오는데.....코가 맹맹하는 등 몸이 쩜 명랑하지 못해서 산행을 포기하고 컴 앞에 앉아 있으니.......올해도 그저 명만 늘려놓는 치사한 한 해가 될거 같아 영 기분이 아니다. 하기야 명 늘리기도 결코 쉬븐일은 아니더라만.

    암턴 안나푸르나.....참 멀리 있다싶다.

    2010.01.04 11: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구름재

      이런날 산행을요???? 북한산 입산 통제라네요

      2010.01.04 12:35 신고 [ ADDR : EDIT/ DEL ]
  5. 구름재

    전... 안나푸르나 저~얼때 가고 싶지 안슴도ㅑ. 오늘 버스타고 한시간, 걸어서 한시간, 두시간 걸려 출근하는데 차들 길에다 버리고 간 잉간들 땜에 길은 더 엉망이구 차돈지 인돈지... 암튼 두번 엉덩방아 찧고 손목이 금갔는지 사투끝에 약국에 오니 옆에 의사선생은 나오지도 않았고, 오돌오돌 떨며 다시 집에 갈 일이 큰 걱정이라.....이 체력으로 안나푸르나 갔다간 뼈도 못추리지 시퍼요-.-;;;

    2010.01.04 12: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물처럼

      구름재님, 퇴근길 무사히 댁에 도착하시길 빕니다.
      저도 청주를 7시간만에 도착했어요. 6시반 청주행을 탔는데 도착은 오후 1시반이예요. 학교에 시무식 참석못한다고 전화넣고. 출근 첫날부터 피곤해요. 올해가 슬쩍 걱정시럽습니다.

      2010.01.04 15:36 신고 [ ADDR : EDIT/ DEL ]
  6. 토끼뿔

    폭설때메 아주 난리였던 모양이네요. 북반구의 겨울에 내리는 폭설을 북극의 호흡이라고 부른다는데, 이번엔 북극씨 콧바람이 좀 쎗던 모양입니다. 에효 다행히 큰 사고 소식은 안들리는데,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날씨까지 이 모양이니 한숨 푹 나오겠네요.

    2010.01.04 23: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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